지난 편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바람잡이(순수한 조작)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고른 걸 나도 고르는 연쇄를 다루면서 나는 그 끝에 누가 서는지는 못 정한다는 쪽으로 갔는데, 대표님은 첫 버튼 쪽을 보셨다. 시작을 눌러주는 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라 나는 반대쪽 끝이 궁금해졌다. 첫 버튼이 그렇게 중요하면, 마지막 버튼은 어떨까.
끝을 고치면 평가가 바뀐다. 발걸음은 그다음 이야기다
지난 편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바람잡이(순수한 조작)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고른 걸 나도 고르는 연쇄를 다루면서 나는 그 끝에 누가 서는지는 못 정한다는 쪽으로 갔는데, 대표님은 첫 버튼 쪽을 보셨다. 시작을 눌러주는 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맞는 말이라 나는 반대쪽 끝이 궁금해졌다. 첫 버튼이 그렇게 중요하면, 마지막 버튼은 어떨까.
이쪽은 통설이 이미 아주 단단하다. 손님이 기억하는 건 평균이 아니라 마지막이다, 그러니 마무리를 잘하라. 계산할 때 한 번 더 웃고, 나갈 때 사탕 하나 쥐여주고, 문까지 배웅하라. 실패했으면 끝에 가서 확실히 만회하라. 나도 골목에서 이 조언을 여러 번 들었다.
뿌리는 1993년 실험이다. 참가자 32명이 한 손을 14도 물에 60초 담근다(짧은 시행). 다른 손은 같은 14도에 60초 담근 뒤, 물을 15도 남짓까지 서서히 올리며 30초를 더 담근다(긴 시행). 긴 쪽이 아픈 시간이 더 길다. 그런데 "셋째 판은 어느 쪽으로 할까요"라고 묻자 32명 중 22명(69%)이 긴 쪽을 골랐다. 논문 제목이 그대로 "더 많은 고통이 더 적은 고통보다 선호될 때"다.
그런데 나는 이 실험을 인용하는 글들이 대개 건너뛰는 대목을 먼저 놓고 싶다. 같은 32명 중 11명은 마지막 30초가 나아졌다고 거의 느끼지 못했다. 불쾌감이 1점 이하로만 줄었고, 그중 2명은 오히려 더 아파졌다고 답했다. 이 11명의 선택은 6대 5로 갈렸다. 사실상 반반, 효과가 없다. 69%를 만든 건 개선을 실제로 느낀 21명 쪽이었고, 그 안에서는 17명(81%)이 긴 쪽을 골랐다.
그러니까 이 법칙의 조건은 처음부터 붙어 있었다. 끝에 뭘 붙였느냐가 아니라, 손님이 끝에 가서 실제로 나아졌다고 느꼈느냐다. 문 앞에서 인사 한 번 더 하는 것으로 그 조건이 충족되는지는 별개 문제다.
여기까지는 통설이 이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003년에 같은 연구진이 병원에서 무작위 실험을 했다. 대장내시경을 받으러 온 외래 환자 682명을 무작위로 반씩 갈라, 절반은 검사가 끝난 뒤 내시경 끝을 최대 3분간 그대로 두었다. 아프지 않은 시간을 마지막에 붙인 것이다. 결과는 이론대로였다. 마지막 순간의 통증은 1.7 대 2.5, 검사 전체에 대한 평가는 4.4 대 4.9, 여덟 가지 불쾌한 경험 중 몇 번째로 싫었냐는 순위는 4.1 대 4.6. 기억은 전부 좋아졌고 전부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그리고 연구진은 이 사람들을 중앙값 5.3년 동안 따라갔다. 다시 검사받으러 왔는가.
기억은 바뀌었는데, 발걸음은 구분되지 않았다.
53% 대 48%. 논문의 문장은 이렇다. "The intervention had no large general effect on increasing subsequent return rates (53 vs. 48%, P > 0.20)." 개입은 재방문율을 끌어올리는 데 이렇다 할 전반적 효과가 없었다는 뜻이다. 통계적으로 유의해지려면 과거 검사 경험, 검사를 받게 된 사유, 이상 소견 발견 여부 세 가지를 보정해야 했다.
더 눈여겨볼 건 누구에게 들었느냐다. 원래 올 사람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올 가능성이 높은 환자군에서 72% 대 71%, 차이 없음. 효과는 오직 올지 말지 애매한 쪽에서만 나왔다(43% 대 32%). 논문은 "실제 현장에서는 더 효과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 실험을 인용하는 마케팅 글에서 이 문장을 본 적이 나는 없다.
병원 이야기라 멀게 느껴진다면, 장사 쪽에서 같은 자리가 어떻게 끊기는지 보자.
서비스 회복 역설이라는 게 있다. 한 번 실수했다가 제대로 만회하면 처음부터 잘한 것보다 더 좋아진다는 통설이다. 이 주제를 다룬 연구들을 모아 메타분석한 논문의 초록은 이렇게 적는다. 회복의 누적 효과는 만족도에서는 유의하고 긍정적이지만, 재구매 의도·입소문·기업 이미지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nonsignificant on repurchase intentions, word-of-mouth, and corporate image"). 실제 은행 고객 응대 1만 1천 건 넘는 인터뷰로 이 역설을 검증한 연구는 아예 제목에 이렇게 달았다. "사실이지만 과대평가되었다."
대장내시경 682명과 서비스 회복 연구 묶음이 같은 자리에서 끊긴다. 평가는 올라가고, 다음 행동은 따라오지 않는다.
왜 거기서 끊기는지, 나는 시간에서 답을 봤다.
2019년에 참가자 40명에게 14분짜리 가상현실 영화를 보여준 실험이 있다. 보는 동안 감정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영화 직후와 일주일 뒤 두 번 전체 평가를 받았다. 직후 평가를 가장 잘 설명한 건 절정이었다(41.9%). 그런데 '끝'은 혼자서는 0.0%였다(p=0.946). 법칙 이름에 든 두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뒤에 물었을 때조차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일주일 뒤 평가는 순위가 통째로 바뀌었다. 1등은 평균(46.2%). 절정은 24.2%로 내려앉았고 절정과 끝을 합쳐도 29.1%였다. 저자들은 초록에 이렇게 적었다. 복잡하고 이질적인 경험에서는 절정과 끝이 "다른 지표들(경험 전체에 걸친 평균 같은)보다 못하다".
다만 조건을 다시 붙이자면 이건 폭력 장면이 든 14분짜리 가상현실 영화를 본 40명이다. 가게가 아니다. 그래도 방향은 분명하다. 마지막 인상이 가장 센 순간은 손님이 문을 나서는 그 순간이고, 다시 올지는 한참 뒤에 정해진다. 그 사이에 남는 건 평균이다. 우리가 진짜로 팔아야 하는 지표에서 마무리의 지분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여기까지가 "생각보다 덜 된다"는 이야기라면, 마지막 하나는 거꾸로 간다는 이야기다.
핼러윈 밤에 사탕을 받으러 온 아이들 28명(평균 10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한 무리에게는 큰 허쉬 초콜릿바만 주고, 다른 무리에게는 초콜릿바를 준 다음 풍선껌을 하나 더 얹어줬다. 그리고 웃는 얼굴 그림 일곱 개를 보여주며 지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짚게 했다. 초콜릿바만 받은 아이 10명은 전원이 만점 7점을 짚었다. 초콜릿바에 껌까지 받은 아이 11명은 평균 5.91이었다. 껌을 싫어한 게 아니다. 아이들은 모두 기꺼이 받았다.
같은 연구진이 대학생 기부자들에게 무료 DVD를 나눠준 실험(분석 대상 100명)에서도 결과는 같았다. 좋은 목록에서 한 장을 고르게 한 쪽이 5.21, 좋은 목록에서 한 장 고른 뒤 덜 좋은 목록에서 한 장 더 고르게 한 쪽이 4.14였다. 더 줬는데 만족도가 내려갔다.
그런데 여기 실행에 쓸 대목이 있다. 순서를 바꾸면 손해가 사라졌다. 덜 좋은 목록에서 먼저 고르고 좋은 목록에서 나중에 고른 쪽은 4.82로, 좋은 것만 준 쪽(5.21)과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저자들이 논문 마지막에 직접 적은 처방은 이렇다. 여러 개를 줄 계획이라면 "가장 좋은 것 하나만 주는 걸 고려하거나, 적어도 가장 좋은 것을 마지막에 주도록 하라".
국내 자료는 이번에도 못 채웠다. 마지막 인상이 재방문을 바꾸는지를 인과로 검증한 한국 1차 실증을 나는 찾지 못했다. 만족도 조사는 있지만 그건 "어느 항목 점수가 높은가"이지 "끝을 고쳤더니 다시 왔는가"가 아니다. 확인하지 못한 숫자를 여기 적지 않는다.
내가 이 편에서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건 기억과 발걸음이 다른 물건이라는 사실이다.
마무리를 잘하면 손님의 평가는 진짜로 바뀐다. 682명을 무작위로 가른 실험에서 세 가지 지표가 전부 좋아졌으니 이건 의심할 일이 아니다. 다만 그 좋아진 평가를 가지고 나간 손님이 다시 오지는 않았다. 서비스 회복 연구를 모아놓은 쪽에서도 만족도까지는 올라가고 재구매 의도에서 끊겼다. 두 곳이 같은 자리에서 끊긴 걸 우연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줄 이야기를 했던 편에서 나는 기다림이 그날의 맛을 올리고 다음 방문을 깎는다는 걸 봤다. 그때는 기억이 나빠지는 쪽이었고, 이번엔 기억이 좋아지는데도 발걸음이 안 따라오는 쪽이다. 반대편에서 같은 자리를 두 번 본 셈이다.
그래서 마무리를 어떻게 볼 거냐면, 나는 마무리는 오늘 나가는 손님에게 하는 인사지 다음 달 매출에 거는 장치가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인사는 해야 한다. 다만 그걸 재방문 대책이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는 힘을 엉뚱한 데 쓴다. 일주일이 지나면 손님 머릿속에서 1등이 되는 건 평균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얹지 마라. 하나 더 주면 더 좋아하겠지 하는 건 우리 생각이고, 아이들은 껌까지 받고 덜 웃었다. 줄 게 두 개면 좋은 걸 마지막에 두면 된다. 돈이 더 드는 일도 아니다.
가게 마무리에 붙여둔 것이 하나 있나요? 사탕이든 인사말이든, 그걸 붙인 뒤로 다시 온 손님이 늘었는지 어떻게 확인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겪은 일 댓글로 들려주세요. 사례가 모이면 국내 편으로 잇겠습니다.
댓글 1개
저의 경험과 행동에서는 비록 조금 맛이 떨어지더라도 좋은 기억이 있는 가게는 한번씩 찾아가게 되더라구요
친절함... 일반적인 모두에게 메뉴얼대로 하는것말고, 앞에와서 '맛있게 드셨어요?' 라던가 '많이 드렸으니 맛있게 드세요' 라던가
개인에게 남기는 친절에 저는 움직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