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 2026. 07. 31

쏠림은 만들 수 있다 — 누구에게인지는 못 정한다

남들이 고른 걸 나도 고르는 연쇄는 진짜다. 다만 그 끝에 누가 서는지는 품질이 정하지 않는다

쏠림은 만들 수 있다 — 누구에게인지는 못 정한다

지난 편에 댓글이 달렸다. 매번 줄이 서던 순대국집 이야기였다. "2번 실패하고, 3번째에 먹어본 적이 있습니다. 맛은 좋았지만, 매번 실패해가며 줄을 서면서 먹을 거라면 안 먹겠다."

그리고 한 줄이 더 있었다. "줄을 섰느냐, 안 섰느냐를 기준으로 그 매장의 평가가 더 극단적으로 진행됩니다."

줄이 손님을 부르는 건 이제 알겠다. 그럼 그 다음이 궁금해진다. 남들이 몰리는 걸 보고 나도 몰리는 그 연쇄는, 대체 어디까지 가나. 그리고 그 끝에 서 있는 가게는 어떻게 정해지나.

이번엔 그걸 봤다.

25%
댓글에 추천 하나를 몰래 붙였더니
최종 점수가 그만큼 올랐다
394명
별점을 실제 만족보다 높게 줬다고
답한 사람 (영향받았다는 401명 중)
87 중 31
실험실에서 생긴 쏠림 87번 중
엉뚱한 쪽으로 굳은 횟수

먼저 통설이 맞는 부분부터. 쏠림은 진짜로 만들어진다. 그것도 어이없을 만큼 적은 힘으로.

한 뉴스 사이트에서 다섯 달 동안 댓글 101,281건을 가지고 실험을 했다. 댓글이 올라오는 순간 무작위로 고른 4,049건에 추천을 딱 하나 붙였다. 사람이 누른 게 아니라 연구진이 몰래 붙인 것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뒀다.

그 댓글을 맨 처음 본 사람이 추천을 누를 확률이 32% 높아졌다. 그리고 다섯 달 뒤 최종 평균 점수가 25% 높았다. 추천 하나가 눈덩이가 된 것이다. 논문에 이렇게 적혀 있다. 댓글이 만들어질 때 무작위 추천 하나를 붙인 작은 조작이 사회적 영향을 통해 유의하게 높은 누적 평점을 만들어냈다고.

여기서 장사하는 사람이 반길 만한 대목이 하나 더 있다. 깎아내리는 건 잘 안 통한다. 같은 실험에서 반대로 비추천을 하나 붙여봤더니, 비추천이 따라붙긴 했다. 그런데 그걸 본 사람들이 오히려 추천을 눌러 되돌려놨다. 비추천이 붙은 댓글이 나중에 추천을 받을 확률은 0.099로, 아무것도 안 한 댓글의 0.054보다 훨씬 높았다. 결국 최종 점수는 손대지 않은 댓글과 차이가 없었다.

띄우는 건 눈덩이가 되고, 깎는 건 사람들이 고쳐놓는다. 여기까지만 보면 답은 간단해 보인다. 어떻게든 초반에 몰리게 만들어라.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같은 연구진이 그 전에 더 무서운 실험을 해뒀다.

무명 밴드의 노래 48곡을 올려놓은 인터넷 음악 시장을 만들고, 참가자 14,341명을 나눠 넣었다. 한쪽은 남들이 뭘 받아 갔는지 전혀 모르는 채로 고르게 했다. 다른 쪽은 다운로드 수를 보여줬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다운로드 수를 보여준 쪽을 여덟 개의 평행 세계로 복제했다는 것이다. 똑같은 곡, 똑같은 출발점, 구분할 수 없는 사람들. 여덟 번을 따로 돌린 셈이다.

결과는 매번 달랐다. 어떤 세계에서 1등을 한 곡이 다른 세계에서는 바닥에 있었다.

논문 초록의 문장이 이렇다. 성공은 품질로 일부만 결정됐다. 가장 좋은 곡이 바닥을 치는 일은 드물고 가장 나쁜 곡이 정상에 오르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 사이는 어떤 결과든 가능했다.

저자들은 한 줄을 더 달아뒀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있는 한, 어떤 품질 척도로도 특정 회차의 성공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고.

쏠림은 만들 수 있다. 누구에게 쏠릴지는 못 정한다.

그리고 쏠림은 엉뚱한 곳에서도 굳는다.

실험실에서 사람들을 한 줄로 세우고 순서대로 판단을 공개하게 한 연구가 있다. 12회에 걸쳐 진행했고, 앞사람들의 판단이 뒷사람의 정보를 압도할 수 있는 상황이 122번 나왔다. 그중 87번에서 실제로 쏠림이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을 접어두고 앞사람을 따라갔다.

그 87번 중 31번이 틀린 쪽으로 굳은 쏠림이었다. 처음 한두 사람이 어쩌다 잘못된 신호를 받았고, 그 뒤로는 아무도 그걸 되돌리지 못했다.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걸 저자들이 직접 막아뒀다. 사람들이 멍청해서 따라간 게 아니다. 이 연구는 "앞사람 결정을 그냥 편하게 따르는 버릇"이나 "그럴듯해 보이면 믿어버리는 버릇" 같은 편향을 찾아봤는데 둘 다 검출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계산이 맞는 쪽으로 움직였다. 남을 따라가는 게 그 상황에서 합리적이었을 뿐이다. 쏠림은 어리석음의 결과가 아니라 제대로 된 판단의 부산물이다.

재밌는 건 줄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다. 쏠림을 깨고 딴 소리를 한 경우가 16번 있었는데, 그중 15번은 실제로 그 사람 손에 남들과 다른 진짜 정보가 있었다. 흐름을 거스르는 손님은 대개 이유가 있어서 거스른다.

여기까지가 쏠림의 성질이다. 만들 수는 있는데, 어디로 갈지는 모르고, 틀린 데로도 간다.

그럼 아예 순위를 손으로 돌려놓으면 어떨까. 그 실험도 있다. 그리고 이 편에서 내가 제일 놀란 결과가 여기서 나왔다.

같은 음악 시장을 다시 열고, 이번엔 참가자 12,207명을 모은 뒤 다운로드 순위를 통째로 뒤집었다. 1등을 48등 자리에, 48등을 1등 자리에 앉혔다. 손님들은 그게 진짜 순위인 줄 알았다.

조작은 통했다. 가짜로 1등에 올려놓은 곡은 실제로 인기를 얻었고, 밀어낸 곡은 실제로 죽었다. 곡 하나하나로 보면 거짓말이 참이 됐다.

그런데 두 가지가 어긋났다.

하나. 진짜 좋은 곡은 조작에 면역이었다. 가장 심하게 강등당했는데도 결국 제자리를 찾아왔다.

둘. 이게 진짜다. 시장 전체가 쪼그라들었다. 손대지 않은 세계에서는 2,015명이 2,898건을 받아 갔다. 순위를 뒤집은 두 세계에서는 2,014명이 2,197건, 1,970명이 2,160건을 받아 갔다. 사람 수는 비슷한데 거래가 줄었다.

이유가 정확하다. 조작된 세계에서 "인기 있어 보이는" 곡은 실제로는 별로인 곡이었다. 손님들은 상위권부터 들어봤고, 별로였고, 더 적게 듣고 먼저 나가버렸다. 들은 곡을 받아 갈 확률도 낮아졌다. 손대지 않은 세계에서는 좋은 곡 열 곡이 나쁜 곡 열 곡보다 두 배 많이 재생됐는데, 뒤집은 세계에서는 그게 정확히 반대가 됐다.

저자들은 이걸 공유지 문제라고 불렀다. 가게 하나하나는 순위를 조작할 이유가 있다. 그런데 다들 조작하면 손님이 순위를 안 믿게 되고, 시장 전체가 줄어든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우리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 자료를 드디어 하나 찾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24년에 배달앱 세 곳을 쓴 소비자 1,000명에게 물었다. 주문하고 후기를 쓴 사람이 773명이었고, 그중 504명이 리뷰이벤트 때문에 썼다고 답했다. 그 504명 중 401명은 이벤트가 자기 별점에 영향을 줬다고 했고, 그 401명 중 394명이 실제 만족보다 높게 줬다고 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음식점 240곳을 들여다봤더니 161곳이 리뷰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후기는 이벤트 참여로 쓴 것"이라고 표시된 후기가 있는 가게는 4곳이었다.

이건 손님이 남을 따라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보다 앞의 이야기다. 따라갈 때 보는 그 숫자가 이미 부풀려져 있다. 앞의 음악 실험에서 연구진이 순위를 뒤집었듯이, 여기서는 서비스 한 그릇이 별점을 밀어 올린다. 다만 이건 실험이 아니라 우리 골목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주의할 점은 적어둔다. 이 수치는 손님이 스스로 그렇다고 답한 설문이고, 리뷰이벤트가 별점을 올렸다는 인과를 실험으로 확인한 게 아니다. 조사 기간과 방법은 보도자료에 나와 있지 않아 나도 확인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로 분모가 밝혀진 국내 숫자는 이 주제에서 여덟 편 만에 처음이라 적어둔다.

경계도 분명하다. 쏠림이 아무한테나 통하는 게 아니다.

대학 캠퍼스에서 나란히 붙은 음식 노점 두 곳을 두고 학생들의 선택을 관찰한 연구가 있다. 붐비는 쪽을 고르는 경향은 분명히 나왔다. 그런데 캠퍼스에 막 온 학생들에게서만 나왔다. 그 노점을 이미 겪어본 학생들에게서는 나오지 않았다.

남들을 따라가는 건 정보가 없을 때 쓰는 임시 방편이다. 자기 정보가 생기면 사람들은 줄을 안 본다.

이건 내가 EP.09에서 이미 만난 결론이다. 그때 베스트셀러 목록은 무명 작가에게만 효과가 있었고 유명 작가에게는 없었다. '베스트' 라벨은 손님이 모르는 메뉴에서만 움직였다. 그때 나는 이렇게 썼다. 사회적 증거는 모르는 것에만 힘을 쓴다고.

이번 편은 거기서 한 칸 더 간다. 모르는 것들 사이에서 누가 승자가 되는지는 품질이 정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못 한 이야기를 적어둔다.

지난 편 댓글이 "줄을 섰느냐로 매장 평가가 더 극단적으로 갈린다"고 했다. 나는 그게 맞는지 확인하려고 이번 리서치에 그 항목을 따로 넣었다. 인기 신호가 기대를 올려서, 같은 맛인데도 실망으로 판정되게 만드는가.

내가 찾은 1차 실증은 오히려 반대였다. 메뉴판에 인기 순위를 붙인 식당 실험에서, 순위를 본 손님들은 "매우 만족" 응답이 8.3~9%p 더 높았다. 기대가 올라 실망했다면 나올 수 없는 결과다. 방향이 갈린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긴 한데 원문을 못 봤고, 숫자를 확인하지 못한 이야기를 결론으로 쓰지는 않겠다.

그러니 이번 편에서 그 질문은 열어둔다. 댓글이 틀렸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아직 못 찾았다는 뜻이다.

Scout's Angle

내가 이번에 얻은 건 이거다. 쏠림은 자산이 아니라 임대료다.

초반에 몰리게 만드는 건 된다. 추천 하나로도 눈덩이가 굴러간다는 걸 십만 건짜리 실험이 보여줬다. 문제는 그게 계속 내야 하는 돈이라는 것이다. 정보 폭포를 다룬 이론 논문에 이런 증명이 있다. 아무리 오래되고 두꺼운 쏠림도, 개인 한 사람이 가진 신호보다 약한 정보 하나만 새로 들어와도 깨진다. 수백만 명이 이미 따라 했더라도 그렇다. 쏠림은 두꺼워 보이지만 얇다.

그래서 리뷰이벤트로 쌓은 별점은 건물이 아니라 월세방이다. 끊는 순간 빠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손님은 별점을 안 믿게 된다 — 이미 우리 배달앱에서 그렇게 되고 있다. 394명이 스스로 부풀렸다고 답했다는 건, 손님들이 자기가 그 숫자를 부풀렸다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기가 만든 숫자를 자기가 믿을 리 없다.

그럼 뭘 하나. 음악 시장 실험이 답을 한 조각 줬다. 순위를 통째로 뒤집었는데도 진짜 좋은 곡은 결국 제자리로 왔다. 조작이 못 이긴 유일한 것이 품질이었다. 그리고 흐름을 거스른 손님 16명 중 15명은 진짜 정보를 들고 있었다.

그러니 순위 안에서 싸우지 말고, 순위가 뒤집혀도 남는 걸 만드는 쪽이 남는 장사다. 재미없는 결론인 걸 안다. 그런데 이번 데이터가 가리키는 방향이 거기다.

소상공인 · 마케터라면

  • 초반에 몰리게 만드는 건 효과가 있다. 다만 그 효과의 크기가 아니라 유지비를 먼저 계산한다. 끊으면 빠지는 종류의 힘이다.
  • 리뷰이벤트로 올린 별점은 손님도 부풀려진 줄 안다. 조사에서 실제 만족보다 높게 줬다고 답한 사람이 401명 중 394명이었다.
  • 이벤트로 후기를 받는다면 그 사실을 후기에 표시되게 한다. 조사 대상 240곳 중 161곳이 이벤트를 했는데 표시된 곳은 4곳뿐이었다. 표시하는 쪽이 드물어서 오히려 눈에 띈다.
  • 남 따라 오는 손님은 처음 온 손님이다. 쏠림 신호는 신규 유입에만 걸고, 단골에게는 다른 걸 건다. 겪어본 사람은 줄을 안 본다.
  • 인기 순위 상단에서 경쟁하는 비용과, 그 순위가 뒤집혀도 남는 것을 만드는 비용을 나눠서 본다. 실험에서 조작을 이긴 건 품질뿐이었다.
  • 몰린 날의 매출만 세지 말고 그 손님이 뭘 보고 왔는지 묻는다. 남들이 많이 시킨다고 해서 온 손님과 먹어보고 온 손님은 다음 행동이 다르다.

가게에 손님이 몰렸던 시기, 그게 뭐 때문이었는지 나중에 알아낼 수 있었나요? 짚이는 게 있었는지 댓글로 들려주세요. 사례가 모이면 국내 편으로 잇겠습니다.

#쏠림#사회적증거#정보폭포#리뷰이벤트#별점#소상공인마케팅#행동경제학#스카우트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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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마
마케팅베이스 2026.07.31 10:29
이번 내용은 어려운 대목이 많네요. 음악의 순위도 요약이 되서 표기 되지 않지만 1위를 뒤집어놨다는건 다들 아는 노래인지? 유명한 가수인지? 의 기준도 필요해보이네요. 더 중요한건 추천의 실험인데 공감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글은 비슷할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중에 추천이라는 첫 버튼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되고, 주목을 받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인해 그 글은 더욱 주목받게 되는 원리.
그래서 마케팅에서는 바람잡이(순수한 조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리뷰와 예시가 적절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내용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