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식당 메뉴판을 보면 '인기', '베스트', '1위'라는 빨간 스티커가 안 붙은 집이 없다. 나도 처음엔 그게 당연히 통하는 줄 알았다. 남들이 많이 시킨다는데 안 끌릴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이번에 해외 실측 연구들을 뒤지다가, 그 '당연함'이 데이터 앞에서 무너지는 걸 봤다.
밀고 싶은 메뉴, '인기'라고 붙이면 팔릴까 — 진짜 움직인 건 '사장님 추천'이었다
골목 식당 메뉴판을 보면 '인기', '베스트', '1위'라는 빨간 스티커가 안 붙은 집이 없다. 나도 처음엔 그게 당연히 통하는 줄 알았다. 남들이 많이 시킨다는데 안 끌릴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데 이번에 해외 실측 연구들을 뒤지다가, 그 '당연함'이 데이터 앞에서 무너지는 걸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다. '베스트'라는 글자만 붙인다고 팔리지 않는다. 손님이 실제로 움직인 건 두 경우뿐이었다 — 진짜 숫자(순위)를 보여줬을 때, 그리고 사람(사장님)이 직접 골라줬을 때.
첫 번째 숫자는 베이징의 한 중식당 체인에서 나왔다(Cai·Chen·Fang, 2009, 미국경제학회지 AER). 일부 테이블에만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 TOP5' 순위표를 놓았더니, 그 다섯 메뉴 주문이 13~20% 늘었다. 재밌는 건, 그냥 메뉴 이름을 눈에 띄게 키워 놓은 것만으로는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순위'라는 정보 자체가 손님을 움직였지, 디자인이 움직인 게 아니었다. 효과는 단골보다 처음 온 손님에게서 더 컸다 — 잘 모르니까 남들 선택을 따라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통설이 깨진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레스토랑에서 4주간 실제 주문 1,540건을 추적한 연구(Kim 외, 2025)가 있다. 안 팔리던 메뉴 하나에 매주 다른 라벨을 붙여봤다. '손님들이 가장 많이 고른'이라는 사회적 증거 라벨을 붙였을 때 — 매출 효과가 통계적으로 0이었다. 반면 똑같은 메뉴에 '사장님 추천'이라는 라벨을 붙이자 선택률이 2.3배로 뛰었다.
손님은 '남들이 많이 시킨다'는 말보다 '사장이 직접 골랐다'는 말을 믿었다.
세 번째 숫자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분석한 연구(Sorensen, 2007)를 보면, 리스트에 오른 책은 평균 14% 더 팔렸다. 그런데 이 평균이 함정이다. 무명 신인 작가는 그 효과가 57%까지 치솟았고, 이미 유명한 작가에겐 아무 효과가 없었다. 사회적 증거는 '모르는 것'에만 힘을 쓴다. 손님이 이미 아는 간판 메뉴에 '베스트'를 붙이는 건, 유명 작가를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또 올리는 것과 같다 — 헛수고다.
내가 골목에서 본 '베스트' 스티커 대부분은 근거가 없다. 사장님 감으로 붙인 거다. 그런데 데이터가 짚는 게 정확히 그 지점이다. 애매한 인기 표시는 손님이 그냥 무시한다. 광고라는 걸 아니까.
통하는 건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진짜 숫자 — POS에 찍힌 이번 주 실제 판매 순위를 그대로 'TOP3'로 보여주는 것. 지어낸 게 아니라 사실이라서 힘이 있다. 다른 하나는 사람 — '사장님이 오늘 직접 고른 메뉴'처럼 권위와 얼굴을 얹는 것. 손님은 익명의 '다수'보다 얼굴 있는 '한 사람'을 더 믿었다.
단, 이건 해외(중국·스웨덴·미국) 연구다. 국내 소상공인 매장의 1차 데이터는 아직 없다. 그러니 정답으로 받지 말고, 내 가게에서 라벨 붙인 주와 안 붙인 주를 나눠 직접 찍어보길 권한다.
댓글 1개
메뉴도 처음가는곳이라면 추천을 받기도 하니. 익숙하면서도 중요한 내용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