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소상공인 가게 메뉴판을 유심히 봤다. 사장님들이 은근히 믿는 규칙이 하나 있더라. '황금 삼각형' — 손님 눈이 메뉴 중앙에서 우상단으로 움직이니까 제일 팔고 싶은 메뉴를 거기 두라는 얘기다. 디자인 업체도, 컨설팅 책도 이 말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실제 시선추적 데이터를 찾아봤다.
밀고 싶은 메뉴, 어디에 놓아야 할까 — '황금 삼각형'은 없었다
요즘 소상공인 가게 메뉴판을 유심히 봤다. 사장님들이 은근히 믿는 규칙이 하나 있더라. '황금 삼각형' — 손님 눈이 메뉴 중앙에서 우상단으로 움직이니까 제일 팔고 싶은 메뉴를 거기 두라는 얘기다. 디자인 업체도, 컨설팅 책도 이 말을 한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실제 시선추적 데이터를 찾아봤다.
먼저 '황금 삼각형'부터. 코넬대 호텔경영대의 시선추적 실험(Yang, 2012)에서 손님 25명이 메뉴를 보는 동안 눈동자를 추적했다. 결과는 통설과 달랐다. 시선이 처음 닿는 곳은 왼쪽 위였고, 그 다음은 중앙도 우상단도 아닌 책을 읽듯 위에서 아래로 순서대로 내려갔다. 업계가 말하는 '중앙→우상단' 삼각형 패턴은 데이터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메뉴판에 황금 삼각형은 없었다. 있는 건 한가운데의 사각지대다.
그럼 자리는 어디가 좋을까. 텔아비브의 한 카페에서 실제 주문 951건을 기록한 실험(Dayan & Bar-Hillel, 2011)이 답을 준다. 같은 메뉴라도 카테고리의 맨 위나 맨 아래에 놓였을 때, 한가운데 놓였을 때보다 평균 20% 더 팔렸다(45%→55%). 흥미로운 건 '위가 아래보다 낫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위와 아래는 비슷했고, 진짜 죽는 자리는 한가운데였다. 개별 메뉴로 보면 자리만 바꿔도 주문이 최대 2배까지 갈렸다.
자리를 잡았으면 '옆'도 본다. 손님은 가격을 절대값이 아니라 옆 메뉴와 비교해서 판단한다. 2024년 463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Bujisic 외)에서, 일부러 비싼 '미끼' 메뉴를 하나 끼워 넣자 그 아래 중간 가격대 메뉴를 고르는 손님이 44.7%에서 71.4%로, 최대 29%포인트 늘었다. 미끼 메뉴는 안 팔려도 제 몫을 한다. 옆의 주력 메뉴를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이게 만드니까.
마지막은 가격 표기다. 코넬대 실험(Yang·Kimes·Sessarego, 2009)에서 손님 201명에게 세 종류 메뉴를 줬는데, 통화기호(달러)를 뺀 메뉴를 받은 손님이 평균 8% 더 썼다. 기호 하나가 '돈 나가는 아픔'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미국 한 레스토랑 점심 사례라, 국내에 그대로 들어맞는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내가 골목에서 본 소상공인 메뉴판은 대개 분류 없이 쭉 나열돼 있다. 그러면 손님 눈은 위에서 아래로 훑다가 한가운데를 그냥 건너뛴다. 밀고 싶은 메뉴가 하필 그 사각지대에 있으면, 맛이나 가격 문제가 아니라 자리 문제로 안 팔리는 거다.
중요한 건 위 데이터가 전부 해외(이스라엘·미국) 연구라는 점이다. 국내 외식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실증 데이터는 아직 공개된 게 없다. 그러니 그대로 믿기보다, 내 가게에서 한 달씩 자리를 바꿔가며 주문 데이터를 직접 찍어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메뉴판은 한 번 만들고 끝이 아니라, 계속 테스트하는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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