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사진 한 장이 클릭을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클릭 다음이 더 잔인하다. 배달앱·네이버플레이스 소개글을 훑다 보면 열에 아홉이 이렇게 시작한다. "저희 가게는 2015년 정성을 담아 오픈하여…" 손님은 그 문장을 읽지 않는다. 정확히는, 읽을지 말지를 이미 정한 뒤다.
공들인 상세페이지가 왜 안 팔릴까? 손님은 당신 글을 거의 읽지 않는다.
지난 편에서 사진 한 장이 클릭을 만든다고 했다. 그런데 클릭 다음이 더 잔인하다. 배달앱·네이버플레이스 소개글을 훑다 보면 열에 아홉이 이렇게 시작한다. "저희 가게는 2015년 정성을 담아 오픈하여…" 손님은 그 문장을 읽지 않는다. 정확히는, 읽을지 말지를 이미 정한 뒤다.
캐나다 카를턴대 연구팀이 사람들에게 웹페이지를 아주 짧게 보여주고 인상을 물었다. 0.05초 — 눈 깜빡할 시간의 절반. 그 찰나에 내린 "괜찮다/별로다" 판단이, 시간을 열 배 더 준 뒤의 판단과 거의 같았다. 첫인상은 글을 읽기 전에 이미 끝나 있었다는 뜻이다.
웹 트래픽을 대규모로 분석한 채트비트(Chartbeat) 자료에서도 방문자의 55%가 15초를 못 채우고 페이지를 떠났다. 그리고 닐슨 노먼 그룹의 시선 추적 조사에 따르면, 남아서 보는 사람조차 한 페이지 글자의 20% 남짓만 실제로 읽는다. 나머지 80%는, 아무리 공들여 썼어도 없는 것과 같다.
손님은 당신 글을 읽지 않는다. 첫 문장만 보고 읽을지를 정할 뿐이다.
이건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광고의 전설 데이비드 오길비는 60년 전에 이미 못을 박았다. "헤드라인을 읽는 사람이 본문을 읽는 사람보다 다섯 배 많다. 제목을 쓴 순간, 당신은 이미 광고 예산의 80센트를 써버린 것이다." 종이 광고 시절 이야기지만, 스마트폰으로 소개글을 스크롤하는 지금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문제는 소상공인의 노력 배분이 정확히 반대라는 데 있다. 메뉴 설명, 오픈 스토리, 가격표에는 몇 시간을 쓰면서, 정작 손님이 유일하게 보는 첫 한 줄은 관성으로 쓴다. 공들인 80%는 안 읽히고, 대충 쓴 20%가 승부를 가른다.
내가 골목과 배달앱을 훑으며 반복해서 보는 건, "언제 오픈했는지"로 시작하는 소개글이다. 그건 사장님한테나 중요한 정보다. 손님은 "이 집이 나한테 뭘 해주는데?"를 0.05초 안에 확인하고 싶어 한다.
첫 문장의 일은 딱 하나 —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것. 매출 자랑도, 감동 스토리도 아니다. 손님이 지금 궁금한 것 하나를 첫 줄에서 바로 건드려야 한다. "혼밥해도 눈치 안 보이는 자리 있어요"가 "정성을 담아 오픈했습니다"를 이긴다.
첫 문장은 재능이 아니라 순서의 문제다. 가장 강한 소구점을 맨 앞으로 끌어오기만 해도 대부분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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