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선불이 길어져도 타이머의 종료는 대부분 동일하죠. 그래서 대부분 3개월 이상의 결제를 기피하는 것이죠. 저 역시 헬스장 3개월 끝나고 바로 재결제하지는 않습니다."
손님이 먼저 방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붙잡히지 않으려고 기간을 짧게 끊는다. 그러면 반대편에서 가장 세다고 알려진 장치는 어떨까. 일단 손에 쥐어주는 것 말이다.
시착, 무료체험, 개봉 후 환불, 7일 무조건 반품. 업종을 가리지 않고 쓰이는 방법이고, 근거로 늘 같은 실험이 인용된다. 사람은 한 번 자기 것이 된 물건을 놓기 싫어한다는 것. 이번에는 그 실험을 원문으로 열어봤다.
첫 번째 숫자가 통설의 출처다. 1989년 캐나다에서 한 실험인데, 학생들을 세 무리로 나눴다. 첫 무리에게는 머그컵을 주고 초콜릿과 바꾸겠느냐고 물었다. 두 번째 무리에게는 초콜릿을 주고 머그컵과 바꾸겠느냐고 물었다. 세 번째 무리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했다.
아무것도 안 받은 55명은 56%가 머그컵을 골랐다. 두 물건의 인기는 반반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머그컵을 먼저 받은 76명은 89%가 그걸 지켰고, 초콜릿을 먼저 받은 87명은 10%만 머그컵으로 넘어갔다. 같은 두 물건인데 무엇을 먼저 손에 쥐었느냐로 결과가 갈렸다.
여기까지가 흔히 인용되는 대목이다. 그래서 "쥐어주면 못 놓는다"가 됐다. 나도 여기서 멈췄으면 그렇게 썼을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2011년에 하버드에서 같은 머그컵으로 다른 실험을 했다. 이번에는 참가자 전원에게 머그컵을 줬다. 대신 나중에 펜과 바꿀 기회가 올 확률을 주사위로 정해서, 한쪽에는 10%라고 알려주고 다른 쪽에는 90%라고 알려줬다. 쥐고 있는 물건도 같고, 받은 방식도 같다. 다른 건 바꿀 수 있을 것 같은가 하나뿐이었다.
바꾸겠다고 답한 비율이 22.7%와 56.5%로 갈렸다. 곧 못 바꿀 것 같다고 들은 쪽만 그 머그컵을 자기 것으로 여겼다. 이 연구를 정리한 나중 논문은 아예 이렇게 적는다. 효과를 만드는 것이 소유 그 자체는 아니라고.
이 대목이 왜 중요한지는 우리 쪽 문장을 떠올려보면 안다. "일단 써보세요,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돌려주셔도 됩니다."
손님을 안심시키려고 하는 말이고, 실제로 안심시킨다. 그런데 같은 문장이 손님에게 한 가지를 더 알려준다. 이건 아직 당신 것이 아니라는 것. 통설이 권하는 처방이, 통설이 말하는 원리를 시작부터 꺼버리는 셈이다.
같은 논문에 더 불편한 대목이 있다. 저자들이 본 실험 전에 돌린 예비 실험에서는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 63명을 상대로 했는데, 바꿀 확률을 10%로 들은 쪽에서 62.5%가 바꾸겠다고 했고 90%로 들은 쪽에서는 29.0%만 그랬다. 통계적으로도 분명한 차이였다.
원인을 찾아보니 손님 쪽 계산이 따로 있었다. 바꿀 기회를 좀처럼 안 준다는 말을 듣자, 저 펜이 더 비싼 물건인가 보다고 읽은 것이다. 실제로 확률을 낮게 들은 쪽에서는 19명 중 13명이 펜이 더 비쌀 것 같다고 답했고, 높게 들은 쪽에서는 14명 중 4명만 그렇게 답했다. 저자들은 이 예비 실험을 논문에 그대로 싣고 제목을 붙였다. 조심하라는 이야기, 라고.
정리하면 이렇다. 교환이나 반품 조건은 손님에게 안내문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가격표로도 읽힌다. "이건 교환이 어렵습니다"가 "이건 그만큼 귀한 물건입니다"로 넘어가는 순간이 있다.
그럼 현장에서는 어떻게 나타날까. 여기에 답할 만한 자료를 하나 찾았다. 스웨덴의 한 온라인 패션 업체가 2017년 11월에 덴마크 고객에게만 무료반품을 열고 다른 나라는 그대로 뒀다. 백만 건이 넘는 주문 기록이 남았다.
결과는 통설 쪽이었다. 주문액이 9.2% 늘었고, 한 번에 담는 상품 종류가 늘었고, 주문당 마진이 9.7% 늘었다. 반품도 7.9% 늘었지만 그보다 매출이 더 늘었으니 남는 장사로 보였다.
연구진이 마지막에 붙인 계산이 문제였다. 반품 한 건을 되받는 배송비를 빼고, 그걸 검수하고 분류하고 다시 진열하는 사람 손을 값으로 치면, 늘어난 마진이 그 비용을 넘지 못한다. 논문의 표현으로는 무료반품에서 순이익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매출은 늘었는데 이익은 안 늘었다. 무료반품이 한 일은 손님을 더 많이 들어오게 한 것이지, 들어온 손님이 못 놓게 만든 것이 아니었다.
통하지 않는 자리도 분명하다. 장사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 효과가 거의 없다. 스포츠카드 거래장에서 한 현장 실험을 보면, 거래 경험이 적은 참가자는 44명 중 3명만 물건을 바꿨는데 딜러들은 절반 가까이 바꿨고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이듬해 다시 만나 보니 그사이 거래를 더 많이 하게 된 사람일수록 효과가 줄어 있었다.
재화 종류도 가린다. 이 주제의 연구 200여 건을 모은 정리에 따르면, 격차가 큰 쪽은 건강이나 환경처럼 값을 매기기 어려운 것들이었고 가게에서 파는 평범한 물건은 그중 가장 낮은 축이었다. 만져보게 하는 방법도 조건이 있다. 촉감이 좋은 물건에서는 소유감이 올라갔지만, 만졌을 때 기분이 나쁜 재질에서는 값이 오르지 않았다.
내가 주목하는 건 통설이 틀렸다는 쪽이 아니다. 손에 쥐면 값이 달라지는 건 맞다. 다만 그게 쥐었기 때문이 아니라 내 것이 될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해진다. 물건을 건네는 행동과 "언제든 돌려주셔도 된다"는 말은 같이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뒤엣말이 앞의 효과를 지운다. 반품 규정을 숨기라는 뜻이 아니다. 숨겨서도 안 된다. 다만 그 말의 값이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 무료반품은 손님을 처음 들어오게 하는 장치다. 들어온 손님을 못 나가게 하는 장치가 아니다. 백만 건이 그렇게 말한다.
둘을 같은 것으로 계산하면 결과가 어긋난다. 반품을 열면 매출은 오른다. 그 매출이 붙잡아둔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반품 처리에 드는 값을 계산에 안 넣게 되고, 그러면 스웨덴 업체가 만난 자리에 똑같이 도착한다. 매출이 늘어난 해에 남는 돈이 줄어 있는 자리 말이다.
지난 편에서 선불금은 손님을 묶어두는 사슬이 아니라 타이머라고 썼다. 이번 편의 쥐어주기는 사슬도 타이머도 아니고 예약에 가깝다. 손님이 "이건 내 것이 될 것"이라고 여겨야 비로소 값이 달라지는데, 그 여김은 우리가 물건을 건네는 순간이 아니라 우리가 조건을 말하는 순간에 정해진다.
지난 편 댓글로 돌아가면, 3개월 이상은 결제하지 않는다던 그 손님이 여기서도 같은 일을 한다. 자기가 무엇에 묶일지를 미리 정하고 들어온다. 그러니 우리가 다룰 수 있는 건 손님의 마음이 아니라 손님이 하게 되는 예상 쪽이다.
손님 손에 물건을 쥐어준 뒤, 그게 손님 것이 되기까지 몇 분쯤 걸리던가요? 시착이나 체험을 해보신 가게라면 그 순간을 댓글로 들려주세요. 사례가 모이면 국내 편으로 잇겠습니다.
댓글 1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