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7
2026. 07. 22
손님은 반값보다 하나 더를 고른다 — 공짜의 경제학
그런데 정확히 '1+1'일 때는 그 힘이 사라진다
Scout Lloyd
트렌드 스카우터 · marketingbase
마케팅 인사이트
지난 편 댓글에 이런 말이 있었다. 문턱 때문에 결과적으로 필요 이상의 물건을 사게 된다고. 정확한 관찰이다. 그런데 손님을 그렇게 만드는 장치가 하나 더 있다.
편의점 음료 칸 앞이다. 하나만 사러 갔는데 '1+1'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손이 그리로 간다. 두 개가 필요했던 것도 아닌데. 옆 칸에는 '반값'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잠깐 따져보면 두 행사는 거의 같은 값이다. 그런데도 1+1 쪽이 더 이득처럼 보인다.
오늘은 그 '공짜'가 실제로 얼마나 센지 재본 데이터다. 그리고 어디서 그 힘이 갑자기 사라지는지도 같이 봤다.
27%→69%
초콜릿 값을 동전 한 닢에서 0원으로 내리자 그걸 집어간 사람이 두 배 넘게 늘었다. 내린 돈은 한 닢뿐이었다
(대학 학생회관 실제 판매, 398명)
73%
실제 매장에서 16주간 번갈아 걸어봤다. '50% 더 드립니다'가 손님에게 더 유리한 '35% 할인'보다 73% 더 팔렸다
(미국 소매매장 실판매)
106→206개
공짜로 나눠줄 때보다 동전 한 닢을 받을 때 나간 총량이 두 배였다. 공짜면 사람들은 대부분 하나만 집는다
(학생회관 사탕 나눔 실험)
먼저 공짜의 힘부터. 한 대학 학생회관에 초콜릿 판매대를 차린 실험이 있다. 싸구려 초콜릿은 한 닢, 고급 트러플은 열다섯 닢. 이때는 손님 열에 일곱이 고급 쪽을 집었다.
연구진은 두 값을 똑같이 한 닢씩 내렸다. 싸구려는 0원, 고급은 열네 닢. 딱 한 닢 차이인데 결과가 뒤집혔다. 싸구려를 집어간 사람이 27%에서 69%로 뛰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다. 고급 초콜릿을 열다섯 닢에서 열 닢으로 크게 깎아줬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얼마나 깎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0원이 됐는지만 중요했다. 공짜는 아주 싼 값이 아니라 아예 다른 종류의 값이다.
손님은 '얼마나 싸졌나'를 계산하지 않는다. 계산이 안 되는 쪽을 고른다.
그럼 가게에선 어떨까. 실제 매장에서 16주 동안 두 행사를 한 주씩 번갈아 걸어본 연구가 있다. 같은 핸드로션을 놓고 이번 주는 '35% 할인', 다음 주는 '50% 더 드립니다'로 팻말만 바꿨다.
따져보면 50%를 더 주는 건 33% 깎아주는 것과 같다. 즉 35% 할인 쪽이 손님에게 더 유리했다. 그런데 팔린 개수는 덤 쪽이 73% 더 많았다.
이유는 싱겁다. 손님은 50과 35라는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본다. 50이 크다. 그게 무엇의 50%인지는 따지지 않는다. 할인은 '값'에 붙고 덤은 '양'에 붙는데, 그 둘을 환산하는 수고를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이다.
여기까지면 '무조건 1+1을 걸어라'로 끝날 얘기다. 그런데 같은 연구에 이런 대목이 붙어 있었다.
연구진이 '100% 더 드립니다'와 '50% 할인'을 나란히 놓고 물었더니, 이번엔 손님 선호가 갈리지 않았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게 곧 반값이라는 걸 누구나 바로 알기 때문이다. 암산이 딱 떨어지는 순간 덤의 우위가 사라졌다.
즉 정확히 '1+1'일 때가 오히려 덤이 가장 약해지는 지점이다. 힘은 '하나 더'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계산이 안 되는 덤'에서 나온다. 같은 연구에서 '11% 더'와 '10% 할인'처럼 숫자가 작을 때도 차이가 없었다.
공짜에는 함정이 하나 더 있다. 같은 학생회관에서 이번엔 사탕을 놓고 한 실험이다. '무료'로 걸었을 때 사람은 세 배 빠르게 몰려들었다. 그런데 그 시간 동안 나간 사탕은 106개였다.
같은 사탕에 동전 한 닢을 붙였다. 사람은 덜 왔는데 나간 사탕은 206개였다. 공짜일 때 사람들은 대부분 딱 하나만 집어 갔다. 값이 붙는 순간 그건 '거래'가 되고, 그제야 여러 개를 담았다.
공짜는 사람을 부른다. 하지만 양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내가 주목하는 건 공짜와 덤이 서로 다른 도구라는 점이다. 공짜는 사람을 부르는 도구다. 문 앞까지 데려오는 데 이만한 게 없다. 대신 손님은 공짜 앞에서 예의를 차린다. 딱 하나만 집는다. 그래서 무료 시식을 크게 걸어도 원가 부담은 생각보다 안 늘고, 거꾸로 재고를 밀어내야 할 때 공짜는 답이 아니다. 그럴 땐 100원이라도 값을 붙이는 쪽이 낫다.
덤은 지갑을 여는 도구인데 조건이 붙는다. 손님이 암산으로 환산해버리면 힘이 죽는다. '1+1'은 반값이라고 곧바로 읽히지만 '한 개 값에 한 개 반'은 잘 안 읽힌다. 그리고 비싼 메뉴나 처음 보는 신메뉴에서는 덤보다 직접 할인이 잘 먹혔다. 낯선 물건은 더 준다고 해도 그게 이득인지 판단할 기준이 손님에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매장에서 1+1과 할인을 직접 비교한 실측 데이터는 이번에도 찾지 못했다. 위 수치는 전부 해외 실험이다. 대신 확실한 게 하나 있다. 값을 미리 올려두고 1+1으로 포장하는 건 국내에서 실제로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손님도 곧 알아챈다.
소상공인 · 마케터라면
- 덤은 암산이 안 되게 거세요. '1+1'은 손님이 곧바로 반값으로 환산합니다. '50% 더', '한 개 값에 한 개 반'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 쪽이 셉니다.
- 무료 시식과 증정은 손님을 부르는 용도로 쓰세요. 공짜 앞에서 손님은 대부분 하나만 집으니 원가 부담은 생각보다 적습니다.
- 재고를 밀어내고 싶으면 아주 작은 값이라도 붙이세요. 100원을 받는 순간 손님은 여러 개를 담습니다.
- 비싼 메뉴와 신메뉴에는 덤보다 직접 할인이 낫습니다. 낯선 물건은 더 줘도 이득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 값을 올려두고 1+1으로 포장하지 마세요. 국내에서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고, 단골이 먼저 알아챕니다.
당신 가게에선 '하나 더'와 '할인' 중 어느 쪽에 손이 더 많이 갔나요? 같은 물건으로 둘 다 걸어보신 적 있다면 그 결과를 댓글로 들려주세요. 국내 사례가 모이면 그걸로 한 편 잇겠습니다.
#마케팅인사이트#공짜효과#1+1#덤증정#가격전략#프로모션#소상공인#행동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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